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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ed]  츠마부키 사토시 시네마 투데이 인터뷰
    2020 2020. 2. 16. 14:54

    개성이 없는 건 무기가 되기도 한다

    시네마 투데이, 2020/2/13

     

    현대 여성의 연애와 삶을 파격적으로 그리는 나오키상 수상 작가 시마모토 리오의 동명 소설 [Red]를, [친애하는 우리 아이] (2017) 등으로 높은 평가를 얻은 미시마 유키코 감독이 영화화. 10년 만에 재회한 옛 연인 토코의 몸과 마음을 해방시키는 쿠라타를 츠마부키 사토시가 연기했다. 이름을 알린 [워터 보이즈] (2001) 이후, 다양한 역할을 연기한 그가 마흔이 되는 올해, 어른의 향기를 내뿜는 이 역할로 또다시 새로운 얼굴을 선보인다. 이번 작품의 뒷이야기부터 데뷔 후 20년이 지난 현재의 심경을 들어보았다. 

     



    ▶ [악인] 이후, 극적으로 변한 것

     


    Q. 미시마 감독이 가장 처음 정한 캐스팅이 쿠라타 역의 츠마부키 씨였다고 들었는데요. 제안이 들어왔을 때는 어떤 느낌이었나요?

    [친애하는 우리 아이]를 보고 나서, 감독님과는 언젠가 꼭 함께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무엇보다도 주연을 누가 연기할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 역은 저밖에 할 사람이 없다고 하셨죠. 지금까지와는 다른, 좀 더 연령대가 높은 이미지의 역할인데, 그런 얼굴이 보고 싶다고 해주셔서 기뻤습니다. 

     


    Q. 역을 만드는 방식이 전환점이 되었던 [악인] (2010) 때부터 완전히 바뀌었다고 하셨던 게 인상적이었어요.

    맞아요. [악인] 이후, 역을 대하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그때까지는 더하는 연기... 이 인물은 이런 성격이고, 이렇게 걷고, 이런 말을 한다고 제 생각으로 구축하는 일이 많았죠. [악인]을 촬영할 때에 그런 걸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자신의 자아가 아닌가 깨달아서, 그 방식을 일단 버리고 본인(유이치)의 마음으로 움직일 때까지 자신을 몰아붙였어요. 그 후로 역할을 제게 가져오기보다는 제가 역할에 다가가게 된 것 같아요. 

     

    Q. 미시마 감독은 끈질기게 요구하는 타입이라고 하던데, 촬영 현장은 어땠나요?

    그 인물로 화면 속에서 '살고 있다'는 느낌이 나지 않으면 OK가 나오지 않았네요. 그 점은 [악인], [분노] (2016) 등의 이상일 감독님과 닮은 것 같아요. 저로서는 그런 타입의 감독님이 더 신뢰가 가고, 안심이 돼요. 가장 중요한 건 저희가 보여주고 싶은 것을 관객이 보게 만드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관객분들이 이야기를 이해하는 건 중요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 의상 회의에는 자신이 생각한 의상으로

     


    Q. 미이케 타카시 감독의 [아이와 마코토] (2012)에서는 의상 회의 때 역할의 이미지가 9할은 정해진다고 하셨는데, [Red]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까?

    의상 회의에는 저 나름대로 이런 인물일 거라고 생각한 복장, 머리 모양을 갖추고 참석하는 일이 많아요. 이번에는 검은 터틀넥을 입고 갔습니다. 말로 설명하는 게 자신이 없어서, 이렇게 하는 게 감독님이 알기 쉽지 않으실까 해서요.

     

    Q. [Red]라는 제목, 붉은색은 다양한 것들을 연상시키네요.

    감독님은 하나하나, 많은 부분들을 각색하셨어요. 찍고 싶은 것이 확실했구나. 완성된 작품을 보고 그렇게 생각했네요.

     

    Q. 연기할 때의 인상과는 달라졌나요?

    제가 본 적 없는 얼굴이 표현된 부분도 있어서 조금 위화감을 느꼈습니다. 감독님이 OK 하셨으니 괜찮았던 거겠지만, 저로서는 더 쿠라타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자꾸만 묻게 되네요. 다른 분들의 연기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는데 정말 좋았어요. 각본도 원작도 훌륭하지만, 그보다 더욱 풍부해진 것 같아 행복했습니다. 

     

    Q. 원작과 다른 결말에 놀랐습니다. 

    감독님도 의도적으로 그 신을 마지막에 배치한 거겠죠. 토코의 말은 보시는 분들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보기에, 그런 말을 선택한 것도 감독님의 의도라고 생각합니다. 

     

     


    ▶ 원래는 새하얀 타입

     

     

    Q. 역할의 폭이 점점 넓어지고 있는데, 작품을 선택하는 포인트는?

    제가 토코는 아니지만, 저는 원래 새하얀 타입이에요. 나쁘게 말하자면 개성이 없죠. 하지만 개성이 없는 것도 하나의 개성으로, 흰색은 어떤 색으로든 물들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뒤로 마음이 편해졌어요. 복 받은 게 제가 수치심이 없어요. 다양한 일에 도전할 수 있는 건 강점이라고 생각하고요. 제 가능성을 발견해가고 싶은 욕망을 항상 갖고 있습니다. 

     

    Q. 젊은 배우들의 활약이 대단한데요. 그런 상황에서 자신은 어떤 위치에 있고 싶다고 생각하세요?

    그런 건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웃음) 예를 들어 야쿠쇼 코지 씨는 대선배에 존경하고 사랑하는 배우지만, 야쿠쇼 씨의 눈치를 보며 연기를 하면 재미가 없겠죠. 연기할 때는 신인도, 아이도, 베테랑도 모두 같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그렇다고 해도 중견이 된 선배로서 조언을 부탁받는 일이 많지는 않은지?

    가끔 소속사의 어린 친구들과 워크숍을 하고 있어요. 연기는 순수하게 재밌다는 걸 아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요. 인간은 지식을 경험에 적용해 좋은 결과가 나오면, 그걸 테크닉으로 삼아 자신만의 테크닉을 늘려나가죠. 다만 한 번 잘되면, 그것만 계속 반복하는 경향이 생기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게 자신의 가능성을 없애버리기도 하고요. 그러면 아깝잖아요.

     

     


    ▶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일

     

     

    Q. 출연작들이 연이어 개봉하는데, 앞으로의 목표는?

    정말 좋아하는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 (2005, 이안 감독)은 남자든 여자든 연애는 정말 멋진 거라는 걸 느끼게 해줬죠. 일본에서도 그런 영화가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때 만난 것이 소설[분노]였습니다.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느낀 걸 유마에게 느껴서, 이 역은 꼭 하고 싶다고, [악인] 이후로 오랜만에 그런 생각이 들어 이상일 감독님을 직접 찾아갔어요. 그 후로, 뚜렷한 목표를 좀처럼 찾을 수 없었죠. 

     

    Q. 그러면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은?

    틀, 정해진 캐릭터 등을 생각하지 않고 해보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해피투게더] (1997, 왕가위 감독)는 대본에 구애받지 않고 촬영한 작품이라고 들었는데, 영화란 게 참 신기한 것이 양조위(가 연기한 아휘)의 인생 이야기처럼 보이죠. 비현실적이지만, 그렇게 영화를 만드는 것도 멋지다고 생각해요. 한 사람의 인생,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습니다. 

     

    Q. 일본 영화에서도 꼭 보고 싶네요!

    그렇죠. 해외와는 다르게, 일본에서는 바로 촬영에 들어가는 일도 없고, 어느 쪽이냐 하면 꼼꼼히 사전 준비를 하고 나서 촬영에 들어가는 경향이 있어서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미시마 감독님처럼 다른 시점을 가진 분도 계시니까요. 앞으로 가능할 것도 같아요. 그런 분들을 열심히 꾀어서 기획해보고 싶네요. (웃음)

     



    [악인] 이후, 역에 접근하는 방식이 명확하게 바뀌었다고 말하는 츠마부키는 "연기에 답을 찾고자 하면, 선을 넘는 연기는 할 수 없다"고 자신을 돌아본다. 드라마 [멋진 날들] (1998)로 데뷔해 20년 이상이 지났음에도 항상 반성할 점밖에 없다면서, "헤매고 고민하는 일도 많고, 힘든 일뿐이지만, 그게 배우로서 사는 데에 필요한 것"이라는 철저한 자세는 변하지 않는다. 이번 작품에서 말이 아닌 것들로 많은 얘기를 하는 츠마부키의 연기는, 그런 그가 쌓아온 경력의 결실로 보인다.

     

     

    https://www.cinematoday.jp/interview/A0007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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