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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 원작/각본 요시다 슈이치 인터뷰2010 2017. 8. 20. 15:19
[악인] 원작/각본 요시다 슈이치 인터뷰
유이치와 미츠요가 주인공이 되는 건 이 두시간뿐이죠
eiga.com, 2010/9/10
드라마 [동경만경], [봄, 바니스에서]와 영화 [7월 24일 거리의 크리스마스], [퍼레이드] 등 지금까지 수많은 작품이 영상화된 요시다지만, 영상화의 기획부터 참여해 직접 각색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번에 각색하면서 소설 [악인]을 영화 [악인]으로 바꾸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이야기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그 주변의 사람들이 머릿속에 있고, 그것을 문장으로 표현하면 소설이, 시나리오로 쓰면 영화가 되는 느낌이었죠. 그런 의미에서 소설의 이 부분은 절대로 잘라내고 싶지 않다는 일은 없어서, 문장으로 된 소설의 어느 부분을 가져갈까 생각하며 썼어요."
소설에서는 사건에 이르는 경위와 유이치의 갈등을 그린 전반 부분이 많은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지만, 영화에서는 간단하게 정리하고 소설 후반에 나오는 유이치와 미츠요의 도피행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악인]이라는 소설은 전반이 길고 회상이 많아서 이 감독과는 각본 집필 시작 단계부터 웬만하면 회상 신은 버리자는 공통된 인식이 있었어요. 감독 또한 회상은 쓰지 않고 되도록 시간순대로 진행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 흐름 속에서 유이치를 중심으로 한 스토리를 짜나갔지요. 저도 맨 처음 각본을 쓰는 일이 정해졌을 때, 전반 부분을 영화로 보고 싶은지 자문해봤는데, 그렇게까지 보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각본은 초고에서부터 사건 당일의 일을 시작으로 써 내려갔습니다."
주인공 유이치를 연기한 배우는 츠마부키 사토시. 2007년 기획 단계부터 출연을 열망했던 그는 속에 어둠을 끌어안고 사는 시골 청년 유이치를 소름 돋는 연기로 표현했다.
"츠마부키 씨가 먼저 유이치를 연기하고 싶다고 해주신 건 단순히 기뻤습니다. 주변에서 소설의 이미지와 다르다고 하셨습니다만, 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고, 정말로 처음부터 직감적으로 딱 들어맞는 것 같았습니다.
츠마부키 씨가 연기하는 유이치를 부정적으로 보는 분들은 입을 모아 '원작에서는 키가 크고 덩치가 좋았다'고 외견에 대해서만 말씀하시더군요. 하지만 외견은 상관없이, 시미즈 유이치라는 인간을 살아있는 인간으로 바꾸는 것이기에, 외견이 아닌 유이치가 안고 있는 것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면 됩니다. 츠마부키 씨에 대해 말하자면, 다른 작품에서도 봐왔기 때문에, 이 사람이라면 완벽하게 해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소설을 영화로 만들 때 보통 염두에 둔 배우가 있냐는 질문을 받지만, 그건 정말 의미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화할 때 소설의 외견을 따라간다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면 되지 않겠습니까. 인간은 한 사람뿐이고, 같은 사람은 없습니다. 더욱이 소설에 나오는 인간과 똑같은 인간이 있을 리가 없으니까요."
영화는 후반부터 클라이맥스까지 유이치와 미츠요의 도피행을 중심으로 그리지만, 사건에 말려든 유이치의 조모 역할인 키키 키린과 유이치에게 살해당한 요시노의 아버지로 분한 에모토 아키라의 연기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역시 키키 씨, 에모토 씨의 신은 그림적으로 강렬했다고 생각해요. 시나리오도 처음에는 유이치와 미츠요가 중심이었지만, 최종적으로 키키 씨의 할머니와 에모토 씨의 아버지가 들어와서 전체적으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죠. 저희가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분량적으로 상당히 늘어나서, 자체적으로는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유이치와 미츠요가 어떤 인간인지를 항상 생각하며 각본을 썼다는 요시다. 그들의 존재는 지금 시대에 무엇을 상징하고 있을까.
"유이치가 실제로 현실 세계에 살고 있다면 안타깝지만 한 번도 주인공이 될 수 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해요. 그건 환경이나 성격 탓도 있고, 다른 이유도 많이 있겠죠. 현실에서, 예를 들어 극 중에서의 사건을 일으켰다 하더라도, 아마 신문에 3줄 정도 적히고 바로 잊혀질 겁니다. 그건 미츠요도 마찬가지일 거고요.
그런 두 사람을 두시간 만이라도 주인공으로 만드는 것이 이번 영상화의 취지였습니다. 그들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건 정말로 이 두시간이 다예요. 그러니 무엇을 상징하느냐 하면, '꽝을 뽑은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세상에서, 나쁜 일을 한 적이 없어도 사회 시스템 속에서 왜인지 꽝을 뽑고야 마는 사람. 말주변이 없거나, 눈치가 없거나, 요인은 다양하겠지만, 세상에는 틀림없이 꽝을 뽑게 되는 사람이 있는데, 그 대표가 유이치 같은 사람이고, 움직일 수 없었던 사람의 대표가 미츠요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유이치만이 아닌, 유이치의 할머니, 유이치에게 살해된 요시노, 그리고 요시노의 아버지도 '꽝을 뽑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네요. 더 얘기하자면, 영화에서는 심한 악역이지만, 학생인 마스오도 마찬가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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