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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 츠마부키 사토시, 후카츠 에리 인터뷰2010 2017. 8. 20. 00:26
무의식이 가장 무서운 걸지도 모른다
영화 [악인] 츠마부키 사토시 x 후카츠 에리 단독 인터뷰
시네마 투데이, 2010/9/9
아쿠타가와상 작가 요시다 슈이치의 최고 걸작이라고 꼽히는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 [훌라걸즈]의 이상일 감독이 영화화한 [악인]. 이 작품은 살인범이 된 토목 작업원과 그와 사랑에 빠진 여자의 짧은 도피 여행을 축으로, 인간의 선악을 현실적으로 그려낸 궁극의 휴먼 드라마다. 고독한 살인범 시미즈 유이치를 직접 선택해 열연한 츠마부키 사토시와 히로인 마고메 미츠요를 연기한 후카츠 에리가 작품에 담은 열정을 얘기해주었다.
충동적으로 '이 역이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 유이치 역에 직접 지원한 츠마부키 씨인데요, 본질적인 부분에서 유이치와 닮은 곳이 있다고 느낀 건가요?츠마부키 (이하 츠마) 그런 걸 수도 있겠네요. 그림자와 빛에 비유하자면, 빛인 부분이 많은 인간이지만, 제게도 이면성이 있어서 그림자인 부분이 유이치와 서로 끌렸던 걸지도 몰라요. 하지만 원작을 읽었을 때 '이 역이 하고 싶다!'고 생각한 건 단순한 충동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아직 본 적 없는 나와 만나고 싶었던 걸까, 배우로서 스스로를 바라보고 싶었던 걸까, 많은 생각이 들지만, 이유는 뒤에 붙이는 거니까 이렇게도, 저렇게도 말할 수 있죠 (웃음).
- 후카츠 씨는 유이치와 만나 극적인 변화를 겪는 미츠요를 어떤 여성으로 해석하셨나요?
후카츠 (이하 후카) 원작자인 요시다 유이치 씨는 여성의 이면을 제대로 보고, 그저 따분한 시골에 사는 평범한 여성이 아닌, 그 뒤에 있는 질척한 것들을 캐내셨어요. 매우 섬세한 것 같으면서도, 또 무척 대담한 부분도 있고, 생명력이 넘치고. 그런 미츠요를 연기하는 게 정말 재밌었어요.
- 요시다 씨가 직접 각본에 참여하셔서, 중후한 원작의 세계관이 훌륭하게 영상화되었지요.
츠마 설정이 달라진 부분도 있는데 원작을 훼손하지 않는 각본이 만들어져서 마치 마술 같았어요. 영화로 만들면서 원작을 망치는 경우도 있잖아요 (웃음). [악인]은 군상극이라, 요소 하나하나가 무척 중요해요. 그걸 제대로 살리는 일은 요시다 씨라 가능했던 건지도 모르겠네요.
후카 대본을 펼쳤을 때, 원작의 훌륭함을 가지면서도 영화로서 이 작품을 완성해야만 하니까, 어떻게 해야 할까 초조한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저 무슨 일이 있어도 좋은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촬영 전에 츠마부키가 후카츠에게 사과했다?
- 두 분이 세 번째 함께하는 작품인데요, 심신 모두를 거침없이 부딪치는 유이치와 미츠요를 연기하는 데에 서로를 잘 알고 있는 점이 좋게 작용했나요?
츠마 좋게 작용했네요. 후카츠 씨는 도량이 커서 뭐든지 다 받아주시고, 정말로 근성 있는 배우세요. 잘 아는 사이인 후카츠 씨니까 괜히 신경 쓰는 것 없이 연기할 수 있었고, 대본에 쓰여 있던 것 이상으로 유이치와 미츠요의 관계를 만들어 나간 것 같아요.
후카 처음 일하는 분이었다면, 마음을 열기까지 시간이 걸렸을 것 같아요. 하지만 여러 번 함께 연기한 사이였기에, 찰나에 하나가 되는 두 사람을 연기하는 것이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 츠마부키 씨는 촬영 전에 '실례를 범할지도 모르겠다'고 후카츠 씨에게 말했다고 하던데......?
츠마 이번에는 정신적으로도 완전히 유이치가 되자고 마음먹었기 때문에, 현장에서 사고 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걸 후카츠 씨가 받아주지 않는다면 해낼 수 없을 것 같아서, 먼저 사과를 드렸죠. 후카츠 씨가 가진 내 이미지가 바뀌면 어쩌지......하고 불안했던 거예요 (웃음).
후카 저는 츠마부키 씨를 믿고 있으니까,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는 마음이었어요 (웃음).
츠마 정말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웃음).
촬영이 너무 힘들어 크랭크업하고 눈물도 안 났다!
- 진심으로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서 만남 사이트를 이용한 유이치와 미츠요에게 공감할 수 있었나요?
츠마 그렇게까지 해서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극한의 상태였다는 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후카 그곳에서 진짜를 원하는 슬픔이라고 할까, 가벼운 마음이 아니라는 게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져요. 그것밖에 없는 거라 생각하면 정말 슬프지요.......
- 그만큼의 고독과 초조를 표현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 아니었는지?
츠마 지금껏 혼자 지내본 일이 많지 않아서, 역을 위해 유이치의 고향인 어촌에 혼자 가봤어요. 그곳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는데, '아, 여기서 벗어날 수 없겠구나......' 하는 유이치의 마음이 강하게 느껴졌어요. 스스로 안에 틀어박힌 부분도 있겠지만, 벗어나고픈 자신도 있어서. 그 갈등 속에서 살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 한겨울의 규슈 촬영, 특히 등대 신은 체력적으로도 상당히 힘들었다면서요.
츠마 그 등대는 등산로 같은 길을 30분 정도 걸어야 도착할 수 있는 곳에 있어요. 갈 때는 내리막이라 그나마 괜찮지만, 돌아올 때는 연기로 이미 지친 상태에서 오르막길. 해도 해도 너무해서, '이게 뭐야' 생각하면서 걸었어요 (웃음).
후카 떠드는 사람 없이 묵묵히들 걸었네요 (웃음). 이걸 넘지 못하면 작품을 완성시킬 수 없어! 여기에 오지 않으면 촬영 못 한다고! 계속 저 자신한테 말했어요.
- 촬영 중간에 한숨 돌릴 만할 일이 있었나요?
츠마 없었어요! 언제나 유이치를 의식하고 있어서 잠시라도 끊기면 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역 때문에 식사 조절도 하던 중이라 정말 괴로웠습니다! 크랭크업하고 "드디어 끝났다!"고 소리 지른 거 처음이라고요 (웃음). 실은 촬영이 끝나면 울어버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눈물이 나올 상태가 아니었어요. "나는 츠마부키다! 자유다!" 같은 느낌이었죠 (웃음).
[악인]은 모두에게 있다
- 에모토 아키라 씨가 연기하는 피해자 부친의 "소중한 사람이 없는 인간이 너무 많다"는 말이 가슴을 때렸습니다.
츠마 그만큼 사람은 의식 없이 사는 거겠죠. 무엇을 대하든 생각 없고, 무관심인 일이 가장 무서운 걸지도 몰라요.
후카 얼마나 제멋대로 살고 있느냐는 거죠.
- 나도 악인일지도? 하고 생각해본 적 있나요?
츠마 있어요. 제 안에도 악한 부분은 반드시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후카 다만, 악한 부분이 있다고 느낄 수 있으면 아직 괜찮은 것 같아요. 츠마부키 씨가 말한 것처럼, 무의식적으로 '다 좋다'고 생각하는 것만큼은 무서운 건 없죠. 자신에게 객관성을 갖는 일이 중요할지도 모르겠어요.
- 마지막으로, 두 분이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츠마 스태프, 캐스트가 모두 하나가 되어 혼을 담아 만든 영화입니다. 사람마다 느끼는 것이 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마음에 무언가를 남기는 작품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꼭 영화관에 오셔서, 마음속에 일어나는 것을 느껴주셨으면 합니다.
후카 다양한 세대와 성별의 인간들이 가진 어리석음과 약함을 정성 들여 그린 작품이므로, 작은 흥미라도 갖고 계신 분들은 어째서 흥미를 갖게 됐는지 영화를 보고 난 후에 생각해보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미칠 정도로 사람과 이어지고 싶었던 유이치와 미츠요의 사랑을 소름 끼치는 얼굴로 연기해낸 츠마부키와 후카츠. 두 사람이 얼마나 역에 몰입했는지가 충분히 전해지는 인터뷰였다. [악인]이라는 작품은 너무나 아프고 슬프며, 아름다운 이야기다. 악인이라 불린 유이치가 마지막에 보이는 미소에 당신은 무엇을 느끼게 될까? 진짜 악인은 누구인가? 그 답을 반드시 영화관에서 확인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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