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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성시대 2005년 11월
    2005 2017. 8. 4. 22:40



    야성시대, Vol.24, 2005/11

    츠마부키 사토시

    미시마 유키오와의 만남


    남을 생각하기는커녕 정말 싫은 놈이었다.

    위의 말은 [봄의 눈]의 키요아키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츠마부키 사토시가 자신을 표현한 말이다.

    미시마 유키오의 세계를 거치고 나서 보이기 시작한 것들. 

    '좋은 청년'의 그림자가 이제 드러난다.





    츠마부키 사토시라고 하면, ‘표정’이다. [워터보이즈]의 눈이 부시도록 밝은 표정부터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조금 흐린 표정. 휴대폰 CM에서는 편의점 점원이 관심을 표하자 당황하는 얼굴이 미소를 부른다. 작품마다 보여주는 표정은 소년에서 청년으로 변하는 내면 그대로를 비춰내고 있다. 


    그런 그가 미시마 유키오 원작의 [봄의 눈]에서는 비뚤어지고 괴로워하며 사랑에 눈이 멀어 남을 협박하는 등 복잡한 얼굴을 보여준다. 





    키요아키는 자기중심적일지 몰라도 무척 순수해


    다이쇼 시대, 상류계급. 황족의 혼약자가 된 소꿉친구를 빼앗는다는, 현대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설정이나, 솔직하게 사랑을 표현하지 못하는 청년의 마음은 지금 시대에도 통하는 강렬함을 가진다. 많은 색을 섞은 화려한 직물처럼 복잡한 심리 색이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서서히 맑게 개는 재미!


    에마키모노(絵巻物)와 같은 영화의 아름다움 속에는 츠마부키 사토시라는 배우가 쌓아온 감정의 역사가 든든히 뒷받침되어 있다. 


    "주인공인 키요아키는 처음엔 싫은 놈이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원작에서처럼 왜인지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어서. 남자애들은 어릴 때 좋아하는 여자애한테 괜히 차갑게 대하는 일도 있잖아요. 키요아키는 그 연장선에 있는 거죠."


    천하의 미시마의 꼬이고 꼬인, 그 사실만으로도 흥미가 멈추지 않는 원작을 "좋아하는 애한테 괜히 못되게 구는 것과 같다"며 단칼에 정리해버렸다. 그 깔끔함이 이쪽의 힘을 빼게 해 원작이 한층 가깝게 느껴질 정도다. 


    "키요아키는 자기중심적일지 몰라도 실은 무척 순수한 애라 토모코(다케우치 유코)가 황족의 혼약자라는 닿을 수 없는 존재가 되고 나서야 정말 좋아한다는 걸 깨닫죠. 그 후에는 남의 눈을 신경 쓰지 않고 달려나가고요. 대단히 순수해요."


    키요아키는 우등생인데다가 미남이고 가정도 상류층인, 뭐든지 다 가진 청년. 그로 인해 높은 자존심이 순수함을 덮어 감추고 있는데, 이런 인물은 지금도, 아니 오히려 지금이 더 많을지 모른다. 


    "저와 이 역은 비교할 수가 없죠 (웃음)" 하고 말하지만, 이 작품을 연출한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은 그의 안에 "키요아키처럼 비뚤어진 부분이 있다"고, 그를 키요아키 역에 캐스팅한 이유를 밝혔다.


    그래서 이 인터뷰도 ‘밝고 긍정적인 츠마부키 사토시’의 빛나는 부분이 아닌, 그것이 만드는 그림자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빛은 그림자가 깊을수록 밝아진다고 하지 않는가. 아니면, 역시 츠마부키 사토시는 한번도 비뚤어지지 않고 여기까지 온 것일까. 





    때릴 마음도 사라지고, 나도 모르게 울어버렸다


    "고등학생 때, 같이 밴드 하던 친구한테 ‘너 믿는 사람 아무도 없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당시의 저는 반항기라고 할까, 학교나 부모님, 주변 모두를 부정하고 있었고. 그러면서 나는 내가 너무 좋고 이쁜 (웃음), 싫은 놈이었죠. 혼자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친구를 비롯해 주변에는 투정만 부리며 내가 옳다는 태도를 갖고 있었던 거예요. 


    그 친구랑은 친했지만, 저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쌓여서 그 말로 터졌던 거 같고요.


    보통 이러면 싸움으로 이어지잖아요. 밴드 그만둔다, 해산하자. 그런데 그 말을 들었을 땐 ‘그렇구나, 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구나’ 싶어, 때릴 마음도 사라지고, 저도 모르게 울어버렸어요. 남자애 앞에서 울어본 적 없었는데, 자연스럽게 눈물이 나서."


    그런 말을 들으면 보통 회복하지 못하거나 되려 오기를 부릴 것 같지만, 그는 반대로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친구가 그렇게까지 말한 건 저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덕분에 깨달은 거죠. 그래서 밴드도 계속했고, 친구도 ‘그만둔다고 할까 봐 엄청 걱정했어’라고 하더라고요. 


    주위가 보이지 않는 시기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친구의 한마디로 깨달았죠. 보이지 않게 된 것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고 할까. 원점으로 돌아간 거예요."


    그 원점은 다정한 모친과 엄격한 부친의 가정에서 자란 올바른 아이라고 하면 될까.


    "저는 차남인데, 차남은 부모님이 장남을 대할 때, 한 걸음 뒤에서 많은 걸 보면서 자라요. 노는 것도, 형이 밴드를 했으니까 반대 없이 할 수 있었고. 


    우리는 가족 모두 사이가 좋아서. 아버지는 바빠서 자주 같이 놀아주지는 못하셨지만, 틈틈이 많은 걸 가르쳐주셨다고 생각해요. 


    중학교 2학년 때, 2주 동안 장래 희망을 생각해 오라고 해서, 중학교 2학년인데 장래를 생각할 수 있을 리가 없다고, 그래도 당시 스케이트보드 타서 '스케이트보더가 될 것'이라 했더니 '그걸로 밥은 먹겠냐'고 혼나서. 


    그래도 그런 말은 머릿속에 남아서 우연히 연기자가 되어 이렇게 빨리 밥값은 하게 된 것도, 아버지의 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금에 와선 생각하고 있네요."





    스크린을 찢어버릴까 생각했다


    막 연기자가 되자마자, 츠마부키에게 전기가 찾아온다. 좋은 의미의 전기는 아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최악, 나는 쓰레기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했다"는 사건이다. 


    그전에 그가 연기자를 목표로 하게 된 계기를 들어보자. 


    "오락실에 오디션 머신이라는 게 있어서, 고등학생 때 그걸로 놀았더니 합격했어요 (웃음). 시험 삼아 장난하는 마음으로 서류를 보냈더니 서류 심사 통과. 유락쵸로 오라는 통지가 왔죠.


    그때 요코하마에 살고 있어서, 유락쵸까지 전차비가 5, 600엔 들어요. 전찻값도 비싸고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오디션이 뭔지 궁금해서 가봤죠. 


    회장에 들어가니까 텔레비전에서 봤던 오디션 풍경이 그대로, 어떤 사람은 자기 PR로 짱구 성대모사 하고 있고. 제 차례에서는 고교생 잡지의 독자모델하고 있어요 밖에 할 말이 없어서. 다른 사람이 하는 걸 보며 이상해서 웃기만 했고요. 설마 붙으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그런데 그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 같았다고 그랑프리에 뽑힌 거예요. 


    소속사에 들어가고 나서도 진심으로 연기자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편하게 돈 벌고 인기 많아지겠지 했더니, 돈은 못 벌고, 인기도 없고, 자꾸 부르니까 차비만 들고 (웃음). 일이 들어와도 지각하고, 대사도 못 외워, 카메라 앞에서는 긴장해서 대사가 안 나오고, 엉망진창이었어요. 


    그렇게 맨 처음에 출연했던 작품을 보는데, 연기가 형편없는 거예요. 너무 창피해서 시사실에서는 혼자 소리 내서 웃고, 웃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못해서, 그냥 스크린을 찢어버릴까 생각했어요."


    "소속사 사장님이 '처음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위로하시는데, 지기 싫어하는 마음에 불이 붙은 거죠. 뭐라는 거야. 적당히, 가벼운 마음으로 한 걸 위로받으면 더 비참해지잖아요. 괜히 나한테 더 화가 나고. 뭘 달래는 거야! 화를 내라고! 스스로가 한심했어요."  


    "그때까지는 평범했지만, 져본 적은 없어서. 중학교 때 야구를 했기 때문에 고등학교 때도 계속할지 스스로에게 물어봤는데, 나보다 잘하는 애가 프로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하니 아마 되지 못할 확률이 높고. 더욱이 나는 걔보다도 못하니까 야구는 그만하자. 야구만이 아니라 모든 걸 그렇게 대충 적당히 했죠. 혼자 한계를 정해서 목숨을 걸려고 하지 않고. 도망갈 준비를 하고. 연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그 결과가 형편없이 낮은 수준이었던 거죠. 나는 쓰레기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때, 아버지의 말을 떠올렸다


    고등학교 2학년. 연기를 못한다고 자각한 것으로, '쓰레기'라는 표현을 쓰는 건 과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대로 '계속 도망치는' 자신에 대한 공포가 어떤 것인지는 안다. 


    "어중간한 정도라면, 됐다고 그만뒀을지 몰라요. 하지만 바닥, 정말로 최악이어서. 그때 아버지의 말씀을 떠올렸어요. 고등학생이었던 형이 라이브 하우스에서 연주하는 걸 가족이 다 같이 들으러 갔죠. 그리고 돌아와서 밥을 먹는데, 아버지가 그런 연주로는 안 된다고 계속해서 얘기하는 거예요. 그저 고등학생이 하는 밴드잖아요. 이제 그만하지 싶을 때, 아니나 다를까, 형이 '시끄러워!' 하고 화를 내서 싸움이 됐죠. 그때 아버지가 '아무리 고등학생이라도 돈을 받으면 프로야. 프로라는 지각을 가져라'라고 하셨어요. 그 말이 어딘가에 남아 있었던 거겠죠."


    "나는 최악이다, 쓰레기다 생각했었으니까, 그때부터는 아무리 매도당해도 아무렇지 않았어요. 못한다는 말을 들어도,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고 그대로 말할 수 있어요.


    동네 친구가 '너, 절대로 잘 될 리가 없어'라고 무시해도 신경 쓰지 않게 됐고. 유명해지고 싶다, 돈을 많이 벌고 싶다 하는 건 아무래도 좋아요. 그저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해보고 싶다는 마음만이 커졌어요."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건 대단하고 훌륭하지만, 그러다가는 잃는 것도 있지 않냐고 츠마부키가 말한다. 그래서 딱딱하게 굴지 말고 좋아하는 일을 우선 해나가자고. 


    "즐거운 일은 하나만 있을 수 없고, 재미없던 일이 재밌어지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모두 처음부터 이렇다 정해진 건 없는 것 같다"고. 그건 연기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소년이 그곳에서 자신의 길을 발견한 일로 이어진다. "웃기만 했던 오디션"에서 생각 못 한 길이 열리는 일도 있다. 그건 "즐거워하는 마음"이 손에 넣은 영광이다. 


    "어렸을 때 운동회 하면, 다들 1등 하자고 노력하지만, 1등 해도 받는 게 없잖아요 (웃음). 해냈다는 기쁨과 다 같이 하나가 되었다는 충만함뿐. 그런데 중요한 건 그거잖아요. 어른이 되면 결과나 보수를 먼저 바라지만, 결과가 전부는 아니죠."





    실패해도 좋지만, 후회는 하고 싶지 않아요


    "이런 말 할 수 있는 것도, 처음 좌절한 게 십대였으니까 그런 걸지도 몰라요. 좀 더 어른이었다면, 불안이 앞서서 못 했을지도"라고 덧붙인다. 그러나 결과를 바라지 않았을 때, 자신에 대한 믿음이라는 큰 과실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올해로 스물다섯인데요, 동네 친구들 중에도 고민하는 애들이 많아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지만, 모든 사람에게는 빛나는 부분이 있어요. 함께 옛날처럼 생각 없이 놀면서, 서로 그런 부분을 잃지 않도록 하고 싶어요. 실패해도 좋지만, 후회는 하고 싶지 않아요."


    츠마부키 사토시와 미시마 유키오. 너무 먼 세계라고 생각했지만, 이야기를 나눈 뒤, 키요아키를 연기하는 사람은 그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워터보이즈]로부터 4년, 츠마부키 사토시는 '좌절'했을 때는 생각도 못 한 곳에 와있을 것이 분명하다. "무심히 행동하면, 전부 나를 위한 일이 된다"는 말은 사실이기도 하고 말이다. 



    *





    야성시대가 묻는 10가지 질문


    1. 자신을 좋아합니까, 싫어합니까? 

    좋아합니다.


    2. 어디가 좋습니까? 

    사고방식.


    3. 자신을 제외하고 가장 소중한 사람은 누구입니까? 

    한 명을 고를 수는 없어요. 지금까지 저와 만난 사람 모두입니다. 


    4. 자신이 남과 가장 다르다고 생각하는 점은 무엇입니까? 

    평범한 점. 내가 무얼 가장 좋아하는지 알고 있는 점.


    5. 여태까지 가장 큰 쾌락을 느껴본 경험을 알려주세요. 

    잘 모르겠어요. 매일 느낍니다. ...아마도.


    6.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이 있나요? 어떤 사람인가요? 

    거짓말하는 사람.


    7. 이제 죽어도 좋다고 느낀 적이 있나요? 

    없습니다.


    8. 좋아하는 소설, 만화, 영화는 무엇입니까? 

    죄송합니다. 너무 많아서 적을 수 없어요.... 최근에는 [박치기]가 재밌었어요.


    9. 소설이나 영화를 보고 울었던 적이 있나요? 언제, 어떤 작품을 보고 울었나요? 

    자주 여러 작품을 보며 웁니다. 영화 외에도 스포츠나 티브이 프로를 보고도 울고. 최근에는 티브이의 [에하라 히로유키 스페셜]을 보고 엄청 울었어요.


    10. '청춘'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바보'가 되는 것. 



    *



    감독 유키사다 이사오 인터뷰 중


    ([봄의 눈]의) 성공의 키는 가장 미시마스러운 캐릭터인 주인공 키요아키의 캐스팅에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주연인 츠마부키 사토시에게는 처음부터 키요아키로 이어지는 냄새가 났다고 한다. 


    "키요아키의 핵이 되는 성질인 '위악'이 그에게 있어요. 진짜 악이 아니라 위악. 그걸 원래 갖고 있는 배우가 아니면, 초반의 토모코와 나누는 어린애 같은 대화가 계산한 것처럼 보이게 되죠. 키요아키의 미숙함은 계산이기도 하지만, 그의 본질이기도 해요. 츠마부키도 스물넷이었지만, 좋은 의미로 소년인 부분이 남아 있고. 그도 그런 자질이 없었다면 연기를 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러나 배우로서의 그는 미숙하지 않아요. 요 2, 3년 사이에 촉망받는 배우가 되었고. 영화는 공동 작업으로, 배우는 전체에서 한 부분을 담당하는데, 그는 그걸 인식하고 있어요. 스태프와 자신을 구별해서 생각하는 탤런트 같은 배우가 많은 와중에, 그건 누구나 가능한 일이 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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