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
-
Yesterday
-
Total
-
  • 키네마준보 2009년 1월 하순호 이누도 잇신 감독
    2009 2017. 7. 19. 01:12



    영화감독 이누도 잇신

    그때 츠마부키가 웃던 얼굴

    키네마준보, 2009/1 하순호



    지금도 무척 바쁘겠지만, 2003년 조제 즈음의 츠마부키는 엄청났다. 촬영 들어가기 이틀 전까지 유키사다 감독의 [오늘의 사건 사고]를 찍었고, 조제가 끝나고 이틀 뒤에는 [블랙잭에게 안부를] 촬영이 시작되는 촬영 기계 같은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조제의 촬영 일수는 22일. 꽤 짧았지만, 그 농밀한 시간은 잊기 어렵다. 최근에는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나 각본이 나오기 전에 출연 승낙을 받아, 와타나베 아야가 이케와키와 츠마부키에 맞춰 각본을 썼다. 그게 정말이지 훌륭해, 나는 보물을 손에 얻은 듯했고, 작품에 관련된 모두가 각본을 사랑했다. 조제의 순수함을 사랑하고, 츠네오의 한심한 젊음에 어떤 이는 지금을, 어떤 이는 과거를 생각하면서 자신을 겹쳤다. 차량팀의 남자애가 아야짱과 둘이서 차에 남았을 때, 마지막이 너무 잔혹하다, 어떻게 안 되겠냐고 조제의 행복을 바라며 따지고 들었다. 그렇다. 조제도 츠네오도 모두 우리에게 실재했던 거다. 이케와키의 조제는 츠마부키를 크게 자극해 멋진 리액션을 얻어냈고, 츠마부키는 신인인 우에노 주리가 헤매는 동안 가만히 기다렸다가 칼을 날려 놀라운 재능을 출현시켰다. 


    촬영 중, 츠마부키는 어딘가 운명을 믿고 있어서, 그 순간 그곳에 눈을 감고 온몸으로 뛰어드는 부분이 있다. 그건 용기라고도 할 수 있지만, 영화라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인간의 체념 같은 것일 수도 있다. 아직 어린 데도 그런 걸 갖고 있었던 거다.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가 언제나 지금 갓 태어난 듯한 신선함을 갖는 것은 생각했던 것보다 그때 생겨난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확실하게 돌려주려고 하기 때문은 아닐까.


    떠오르는 건 츠마부키가 웃는 얼굴이다. 츠마부키가 연기하는 츠네오가 다리가 불편한 조제를 밖으로 데리고 나와 유모차에 스케이트보드를 달고 질주한다. 그때, 츠네오는 깨닫지 못하고 있으나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만끽하며 웃고 있다. 그 넘칠 듯한 행복에 촬영 중임에도 울어버린 한 여자 스태프. 돌아온 츠마부키가 보고는 "이 신에서 왜 울어" 하며 웃던 얼굴. 인생 첫 공사에 웃음을 멈추지 못하고 화장실에서 나오던 얼굴. 파도가 밀려오는 곳에서 반짝이는 바다에 둘러싸여 조제와 장난치던 청춘 그 자체의 웃음. 촬영이 끝나고 가벼운 뒤풀이마저 끝났음에도 돌아가지 못하고 스태프룸 구석에 이케와키와 둘이서 덩그러니 앉아서, 갈 곳을 잃어버린 아이처럼 웃던 얼굴. 그런 얼굴을 떠올리면 그렇게 짧았던 시간이 정말 빽빽하고 복잡하며 따뜻한 시간이었구나 생각하게 된다. 


    그 후, 무언가 새로운 영화를 함께하고 싶다고 생각만 하고 시간이 흘러버렸다. 나는 만약 다음 기회가 있다면 조제랑 츠네오와 보냈던 시간 이상의 것을 만들어내고 싶다고 생각하는 걸지도 모른다. 생각해봤자 별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댓글

Designed by Tistory.